안녕하세요.
지난 7월 26일 우리나라 축구팬들에게 엄청난 실망감과 분노를 일으킨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축구계의 슈퍼스타 호날두의 노쇼(No-Show)사건인데요.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축구팬들의 실망감과 분노가 사그라들기는 커녕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한 때 '우리형'이었던 호날두가 '날강두(호날두 + 날강도)'가 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정리해보면서 우리 축구팬들의 분노가 과연 지나친 것인지 아니면 더 화를 내야 마땅한 것인지 생각해보겠습니다.
호날두가 속한 이탈리아의 명문팀 유벤투스와 K리그 올스타팀과의 친선경기는 한 달 전부터 많은 화제가 되었습니다.
현역인 호날두가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싼 티켓값에도 불구하고 6만여개의 티켓이 순식간에 매진될 정도였는데요. 올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최고의 축구 이벤트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사실 경기 자체는 재미있었습니다. 많은 골이 나왔고 호날두를 제외한 유벤투스 선수들의 수준높은 경기력과 이에 뒤지지 않는 K리그 올스타팀의 경기력이 맞붙으면서 한순간도 긴장감을 놓칠 수 없었습니다. 호날두가 그라운드만 밟았다면 더없이 완벽했을 경기였습니다.
애초 너무 무리한 일정이었던 건 맞습니다. 이 경기가 열리기 하루 전날인 7월 25일에 유벤투스는 중국에서 열린 ICC대회에서 오랜 라이벌인 인터밀란과의 경기를 마치고 바로 한국으로 넘어왔는데요. 라이벌전인만큼 호날두는 이 날 풀타임을 뛰어서 바로 다음날 경기를 또 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날씨도 도와주지 않았는데요. 원래 26일 오후 1시에 유벤투스 선수단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할 예정이었으나 태풍으로 인해 비행기가 연착되면서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입국할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숙소는 강남에 있었기 때문에 입국 후 2시간이나 더 걸려 5시가 되어서야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풀었습니다.
오후 1시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오후 3시에는 호날두를 포함한 유벤투스 선수들의 팬미팅 및 사인회가 있을 예정이었는데요. 당연히 제시간에 하지 못하게 되었고 주최 측에서는 5시 30분에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호날두는 경기에 뛰기 위한 컨디션 조절을 위해 사인회에 불참하였고 여기서 많은 축구팬들이 1차로 실망감을 느꼈습니다.
사인회에 참석하여 호날두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200여명의 팬들에게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는데요. 호날두 본인이 경기에 집중해서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기위해 불참하겠다고 말했기때문에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분위기였습니다.
한편, 호날두뿐만 아니라 유벤투스와 주최 측에서도 경기자체를 중요시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여 축구팬들의 더 큰 분노를 샀습니다.
저녁 8시 경기라면 한시간 전인 저녁 7시까지는 경기장에 도착하여 선수들이 충분히 워밍업을 할 수 있게 해야하는게 맞습니다. 그런데 경기 시작 10분 전인 7시 50분에야 도착했는데요. 아예 7시에는 도착할 수 없는 시간에 출발하여 제 시간에 경기할 의지가 없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주최 측에서도 금요일 퇴근시간이라 차가 많이 막힐 것을 고려했더라면 유베투스 측이 좀 더 일찍 출발하여 최소한 경기시간에는 늦지 않도록 독촉하거나 아니면 아예 경기장과 최대한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아 이동시간을 줄였어야 했습니다.
결국 원래 경기시작 시간보다 50분이 늦은 8시 50분에야 경기가 시작되었는데요. 축구에서 이렇게 오랜시간 경기가 지연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관중들은 언제 시작할지도 모르는 상태로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여기서 2차로 많은 관중들이 화가 났지만 그래도 곧 호날두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참을 수 있었습니다.
전반전에 호날두가 선발로 나오지 않고 후보명단에 있는 것을 보고 후반 시작하자마자 교체되서 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이렇게 생각했을텐데요. 호날두가 45분 이상은 뛴다는 조항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나와야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후반전이 시작되었는데도 호날두는 나오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아예 뛰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점점 커졌습니다.
경기 종료가 다가오는데도 호날두가 나오지 않자 축구팬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처음에는 호날두가 전광판에 뜨면 환호성이 있었지만 나중에는 야유로 바뀌었고 호날두가 잠깐이라도 뛰길 바랬던 팬들이 "호날두!"를 연호했지만 그는 아무 반응 없이 몸조차 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는 팬들이 메시를 연호하기 시작했고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나가는 팬들도 있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은 역시나로 바뀌었습니다. 호날두는 아예 경기에 뛰지 않은 채 경기가 끝난 것입니다. 90분 내내 벤치에 앉아있는 호날두를 전광판으로 밖에 볼 수 없었는데요. 집에서 TV로 보는 저도 속았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올랐는데 현장에 있었던 축구팬들의 분노는 오죽했겠습니까?
어이없는 일정에 호날두가 화가 났기때문에 뛰지 않을만했다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본인에게만 힘든 일정이 아니었잖습니까? 그렇다면 경기에 최선을 다해서 뛰고 팬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한 다른 유벤투스 선수들은 어떻게 설명한단 말입니까?
아이들을 위해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진을 찍어주거나 사인을 해주는 호날두의 모습을 보면서 축구실력뿐만 아니라 인성 또한 훌륭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왜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해주지 않았을까요?
맨유에서 뛰던 시절 경기에서 패해 분노의 샌드위치를 먹으면서도 한 아이의 사진 요청에 웃으면 사진을 찍어주던 호날두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경기에 뛰지는 않았더라도 자신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가득 채운 한국팬들에게 손인사라도 해주면서 떠났다면 이렇게까지 실망감이 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끝까지 손인사 한 번 하지 않고 유유히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그를 보면서 우리는 실망과 분노, 모욕감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이제 호날두는 그 날 쓰레기통에 버려진 그의 유니폼처럼 본인의 진정한 사과가 없는 한 우리나라에서는 영원히 버려진 선수가 될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메시와 호날두 중 누가 더 뛰어난지에 대한 오랜 논쟁도 끝났습니다.
이 사건이 있기까지 저는 메시와 호날두 모두 최고의 선수이지만 타고난 천재성을 가지고 있는 메시보다 어렸을 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알콜중독자인 아버지 밑에서 어렵게 자랐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최고의 선수가 된 호날두에게 더 마음이 갔었는데요. 이제는 단언코 최고의 선수는 메시라 말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우리형' 메시와 '날강두' 호날두가 우리나라 방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비교해보겠습니다.
먼저 메시는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자신의 블로그에 다음의 글을 남겼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겠지만 팀에 합류해서 지금 한국, 서울에 있어.
프리시즌의 일환으로 친선경기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공항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마중나와 준 팬의 숫자에 놀랐어.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도 많았고 바르샤가 한국을 방문해주어서 기뻐하는 마음이 전해져왔어.
지금은 아르헨티나, 스페인 그리고 아시아에 와서 시차를 조금 느끼는 중이야.
한국과 아르헨티나는 12시간 차이가 나니까.
도착한 날엔 다니와 나는 다른 메뉴로 훈련했지만 지금은 팀 연습을 전부 소화하고 있어.
당초 펩의 생각으로는 서울에서의 시합엔 나를 출장시키지 않을 작정이었어.
하지만 주최 측이나 팬, 미디어 등의 관계도 있으니까 최종적으로는 어떤 형태로든 출장할 것 같아.
팀 스탭들은 긴 휴식에 비행시간도 길어서 갑자기 실전에 투입되면 위험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까 풀타임 출장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시합에 나갈 수 있다면 나로서는 기쁜일이야.
그리고 이 나라에 많은 팬이 있다는 기쁨과 놀라움이 있어.
그럼 이만!
반면 호날두가 한국을 떠난 후 본인의 SNS에 남긴 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Nice to back home
(집에 돌아와서 좋다)
이 한마디와 함께 런닝머신 위에서 가볍게 달리는 모습의 사진을 올렸는데요.
근육에 이상이 있어 경기를 소화하기 힘들었다는 말도 거짓이었음이 밝혀졌습니다.
마지막까지 한국팬들을 분노하게 만든 그의 언행에 말문이 막힐뿐입니다.
이제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이 판단해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축구팬들의 분노가 과연 지나친 것이었나요?
Good bye 호날두, 그렇게까지 우리를 실망시켰어야 속이 후련했냐!!!
'축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챔피언스리그 8강 토트넘 vs 맨시티 리뷰 (0) | 2019.04.11 |
---|